[ 아시아경제 ] "어릴 적 부모님과 떨어져 할머니와 살았습니다. 할머니는 제가 개그콘서트 ‘할매가 뿔났다’ 코너에서 연기한 캐릭터의 모티브가 될 만큼 독특한 분이셨어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할머니 눈치를 보며 비위를 맞추며 살았고, 그 덕에 사람 마음을 읽고 기분 좋게 만드는 법을 배웠습니다."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 사무실에서 만난 방송인 장동민(45)은 서바이벌 예능에서의 뛰어난 정치력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던 그는 할머니 이야기를 하며 잠시 목소리가 떨렸다. 최근 그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의 ‘피의 게임 시즌3’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출연자들의 심리를 파악해 판을 주도하며 무섭게 승리를 이끌었다.
장동민은 ‘더 지니어스’, ‘크라임씬’, ‘소사이어티 게임’, ‘신의 퀴즈’ 등 다수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며 ‘서바이벌 최강자’로 불렸다. 최근 서바이벌 예능은 젊은 출연자들이 주를 이루지만, 장동민은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강한 집중력과 경험으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는 "단서를 보고 맞히는 게임이나 초반 호텔에서 생긴 일을 예측하는 추리 게임이 신선했다"며 "특히 힌트를 문장으로 연상해 답을 맞히는 데스매치에서 한 메모리 30 게임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피의 게임 시즌3 제작진은 사전에 PD와 비연예인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장동민은 이보다 뛰어난 기량으로 게임을 제압했다. 그는 "상금 1억원을 걸고 테스트를 했다면 그들도 더 잘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서바이벌 콘텐츠 제작을 준비 중이라는 그는 "문제를 볼 때 이제는 출제자의 의도가 보인다"고 덧붙였다.
장동민은 방송인 홍진호와 함께 서바이벌 예능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두 사람은 경쟁자이자 동료로서 피의 게임 시즌3에서도 맞붙었다. 그는 "양대 산맥이 아닌 내가 유일한 산맥"이라며 농담을 던졌다. 이어 "홍진호는 여유로웠다. ‘패배해도 괜찮아’라는 식이었다"며 "서바이벌에서 여유는 탈락의 지름길이기에 (홍진호를)가장 경계했다"고 했다.
2004년 K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장동민은 21년간 방송계에서 자리를 지켜왔다. 그 비결로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는 태도를 꼽았다. 그는 "피의 게임 시즌3 촬영 동안 24시간 카메라가 켜져 있었고, 식사나 취침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늘 긴장했고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며 "출연자 중 살쪄서 나가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몸무게가 10kg이나 줄었다"고 털어놨다.
우승 상금 1억원이 동기가 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물론 1억원은 큰돈이지만, 사람을 배신하며 게임하지 않는다"며 "그간 쌓아온 이미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바이벌 예능의 본질을 인생에 비유했다. 장동민은 "서바이벌은 전쟁과 같다. 총알이 날아오는 전쟁터에서 특진을 욕심낼 수 없듯, 생존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며 "적을 쓰러뜨리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고 마무리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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