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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앳부동산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신동아건설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과거 국내 최고층 랜드마크였던 63빌딩을 지어 이름을 알린 대표적인 중견 건설사가 고작 60억원짜리 어음을 갚지 못하고 경영난에 손을 든 것이다. 신동아건설의 지난해 매출액은 7542억원, 자기자본은 1861억원에 육박한다. 건설업계에선 ‘충격’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신동아건설이 지난 6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접수했다. 사진은 7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신동아건설 본사 모습. 연합뉴스

신동아건설이 지난 6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접수했다. 사진은 7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신동아건설 본사 모습. 연합뉴스

신동아건설의 자금난은 금융권에선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걸로 보인다. 지난 6일 개시된 회생재판에 ‘받을 돈이 있다’고 신고한 채권자는 852명이었다. 이중 상호금융권은 121곳에 달했다. 상당수는 경남 양산, 전북 함평 등 지방의 작은 단위 농협이나 새마을금고였고, 대출 금액도 6억~13억원 수준으로 회사 규모에 비해 턱없이 적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제1·2 금융권에서는 큰 돈을 빌리지 못했다는 뜻”이라며 “신동아건설이 단위 농협을 전전하며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 채권자는 만기를 연장하기보다 채권 회수에 나설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아건설의 법정관리가 향후 건설업계 전체의 줄도산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산업 전반의 위기라기보다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했던 개별 기업의 실패로 진단했다. 지난 5년간 신동아건설의 재무제표와 현금흐름표를 보면, 외부 요인만을 탓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호황기에 벌인 무리한 투자와 이로인한 리스크 실패가 위기의 단초가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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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늘수록 빚이 쌓인다… ‘흑자도산’의 함정

신동아건설이 위기에 몰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완전 자본 잠식 상태에 빠졌던 신동아건설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 끝에 2019년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이후 신동아건설은 외형적으로는 빠르게 정상 궤도를 찾아가는 듯 보였다. 신동아건설의 매출액은 워크아웃 이듬해인 2020년 5583억원에서 2021년 6115억원, 2022년 5719억원, 2023년 7542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당기 순이익도 부동산 침체기인 2022년 32억원 적자를 기록한 것만 빼면 줄곧 흑자였다. 자기자본 역시 2020년 1507억원에서 2023년 1861억원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현금 흐름이다. 영업활동으로 오고 간 현금, 즉 영업현금흐름은 워크아웃을 졸업한 2019년 885억원을 기록한 이후 4년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벌어들인 순이익은 953억원에 달했으며 영업현금흐름은 -2702억원이었다. 953억원을 벌었으나 수중에 현금이 들어오긴커녕, 2700억원이 넘는 빚이 쌓였다는 뜻이다.

건설업은 대표적인 수주산업으로, 매출과 현금흐름이 일치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계약 후 바로 현금이 유입되는 것이 아니라 2~3년 후 공사가 완료됐을 때 뭉칫돈이 들어오는 구조다. 하지만 이러한 시차를 고려하더라도 4년 연속 마이너스인 현금흐름은 비정상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빚내서 산 1000억 짜리 땅, 이후 다가온 침체기

신동아 건설의 현금 유동성은 2022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악화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호황기 비싼 가격에 공공택지를 매입한 것이 결정적 원인이다.

2021년 10월, 인천도시공사가 공급한 검단신도시 AA23블록 부지를 1056억원을 주고 낙찰 받은 것이다. 당시 공공택지는 중견 건설사의 알짜 수익원으로 여겨졌고, AA23블록도 그해 가장 높은 23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미 현금이 부족한 상태였던 신동아건설도 고수익을 기대하며 ‘공격적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상황은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2022년 강원중도개발공사의 회생신청(레고랜드 사태) 으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문제가 불거지며 건설업계의 유동성 위기가 본격화됐다. 신동아건설은 중도금 대부분을 차입으로 조달해야 했다. 이로 인해 2020년 -362억원, 2021년 -341억원이었던 현금흐름은 2022년 -2451억원으로 급격히 악화했다.

2023년에는 분양을 통해 현금을 회수해야 하는 상황. 하지만 AA23블록에 지어진 ‘검단신도시 파밀리에 엘리프’는 지난해 진행된 1·2순위 청약에서 평균 0.5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대부분 평형에서 미달을 기록했다. 경남 진주의 신진주 역세권 타운하우스, 의정부역 초고층 주상복합 등 책임 준공을 맡은 현장에서도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이런 상황이 외부로 알려지자 채권단은 만기 연장에 부정적인 기류로 돌아섰고, 유동성 위기는 더욱 심화했다. 신동아건설이 올해 상환해야 할 장기차입금(명목가액 기준, 유동성장기부채 제외)은 지난해 공시 기준 올해(668억원)보다 3배 많은 2151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사 줄도산 공포’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부도를 신고한 건설업체(당좌거래정지 당시 폐업 또는 등록말소된 업체 제외)는 총 29곳을 기록했다. 2019년(49곳) 이후 5년만에 최대치다. 폐업을 신고한 종합건설업체 수도 2022년 261곳, 2023년 418곳, 2024년 516곳으로 3년 연속 증가세다. 신동아건설의 법정관리가 중견건설사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진단은 다르다. 건설경기 침체라는 ‘리스크’ 관리에 소홀했던 개별 기업들의 실패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송인호 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건설사 부도는 과거 미분양이 심화하던 시기마다 반복됐던 문제지만 지금은 대형건설사가 아닌 일부 중견·중소건설사 위주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며 “산업 전반의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3년 신동아건설의 부채비율(429%)은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비슷한 일성건설(56위·227%), 시티건설(57위·32%), 남광토건(59위·234%) 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송 소장은 “적은 자기자본으로도 대출을 일으켜 사업을 할 수 있다보니 ‘쉽게 망하고 쉽게 일어서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이로 인해 건설업계의 기초체력이 약해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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